제도는 확대됐는데, 왜 상담실 문은 닫혀 있을까?

정부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응으로 다양한 바우처 제도를 확대해 왔습니다. 특히 발달장애인, 청소년, 보호자 등을 위한 심리상담·정신건강 바우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죠.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 “예약이 세 달 뒤” 같은 불만이 끊이지 않습니다. 바우처는 분명 늘었는데, 왜 상담받기는 더 어려워졌을까요?
바우처 발급은 쉬워졌지만, 사용할 곳이 없다
예산 확대와 기준 완화로 정신건강 바우처 신청은 예전보다 수월해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는 상담기관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연도 바우처 발급 인원 등록 상담기관 수
| 2021 | 약 5만 명 | 1,320곳 |
| 2025 | 약 11만 명 | 1,300곳 내외 |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공급은 정체된 구조. 상담사 한 명에게 몰리는 내담자는 계속 늘고만 있습니다.

상담사 확보 없는 제도 확대, 예견된 병목
심리상담 바우처를 운영하려면 일정 자격을 갖춘 상담사와 기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상담사 인건비, 근무 여건, 행정업무 부담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 참여 기관이 점점 줄어들고 있죠.
“적은 수가 너무 많은 사람을 떠맡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는 이미 오래됐습니다.
‘이 바우처는 여긴 안 됩니다’… 제한된 사용처
정신건강 바우처는 유형별로 분류되어 있어, 특정 대상만 가능한 기관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 바우처는 해당 인증 기관에서만 사용 가능하고, 보호자 상담은 아예 불가한 곳도 많죠.
대상자 유형 사용 제한 예시
| 발달장애 보호자 | 일부 기관 상담 불가 |
| 청소년 바우처 | 성인 대상 상담 불가 |
“바우처가 있어도 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불만은 바로 여기서 생깁니다.

예약은 ‘선착순 전쟁’, 놓치면 끝
상담사 수는 한정돼 있고, 상담은 1:1로 진행되니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인원이 극히 적습니다.
이 때문에 예약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는 ‘상담 선착순’ 경쟁이 벌어집니다.
늦게 알게 된 사람, 바쁜 사람, 디지털 접근이 어려운 고령층은 매번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이용자 증가, 상담 품질 하락이라는 그림자
상담사가 하루에 감당해야 할 내담자 수가 많아지면서, 상담의 질적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짧아진 시간, 반복적인 질문, 피상적인 접근으로 이어지며 상담에 대한 불신이 자라나죠.
상담 형태 이전 최근
| 상담 시간 | 60분 내외 | 30~40분 축소 |
| 내용 밀도 | 개별 맞춤 중심 | 체크리스트 기반 처리 |

지역 격차는 여전히 심각하다
수도권은 그나마 선택 가능한 기관이 많지만, 지방이나 농어촌 지역은 상담소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심리상담 바우처’가 존재해도 실제로 사용할 수 없는 종이조각에 가깝습니다.
지역 등록 상담기관 수 평균 대기기간
| 서울 | 많음 | 2~4주 |
| 지방 소도시 | 적음 | 1~3개월 이상 |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제도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입니다.

당사자 중심이 아닌 시스템 중심의 설계
바우처는 제도로는 완성됐지만, 정작 그걸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설계는 부족합니다.
어떤 기관에서 가능한지, 상담 내용은 무엇인지, 예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모든 과정은 당사자나 보호자가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 합니다.
“제도는 있는데, 이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지원한다’는 말보다 ‘도달한다’는 결과가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건 바우처 예산 확대만이 아닙니다.
실제 상담을 받을 수 있게 상담사를 양성하고, 기관을 늘리고, 지역별 격차를 줄이고, 예약 시스템을 쉽게 만드는 것.
‘심리상담받을 수 있게 해 준다’는 말이 현실이 되려면, 시스템 전반을 손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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