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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정보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오히려 불편해진 이유

by 마음온기 2025.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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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은 사라졌는데, 왜 제도 이용은 더 어려워졌을까?


장애인의 다양성과 개별 상황을 반영하겠다며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된 장애등급제 폐지. '숫자'로 장애를 구분하는 관행을 없애겠다는 취지는 분명 좋은 방향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제도가 시행된 이후, 정작 많은 장애인과 가족들은 “예전보다 더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왜 좋은 의도의 제도가 오히려 불편함을 만들고 있을까요? 그 이유를 하나하나 짚어봅니다.


등급은 없어졌지만, 새로운 기준은 더 모호하다

장애등급제 폐지 후 기존 1~6급의 구분은 사라졌습니다. 대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라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됐죠.

문제는 이 종합조사가 객관적인 수치보다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크고, 조사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엔 등급이라도 있지, 지금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등급만 없애고,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제도는 바뀌었지만 행정 시스템은 이전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결국 서비스 신청은 여전히 등급 기반에 의존하는 모순이 생겼고, 복지 전달체계는 그에 대한 대응 없이 그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도 항목 폐지 전 폐지 후

평가 기준 1~6급 종합조사표
서비스 기준 등급 기반 여전히 유사 기준 적용

겉으로만 ‘폐지’된 채 실질적인 변화는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조사 한 번 받으려면 ‘서류 산더미’

종합조사 도입 이후 서비스 이용을 위해 제출해야 할 서류는 오히려 더 늘어났습니다.

가정 방문, 병원 기록, 심리 평가, 주거환경 확인까지 포함되며, 조사받는 것 자체가 부담이 돼 버린 상황이죠.

간단히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사생활을 세세히 드러내야 한다는 점에서 불쾌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맞춤형 서비스? 현실은 “등급제보다 더 불투명해요”

정부는 종합조사를 통해 개인의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왜 나는 떨어졌는지”, “왜 이만큼밖에 지원이 안 되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준이 불분명하니, 항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역 간 편차, 더 심해졌다

조사 진행과 결과 해석이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달라지면서 지역별 서비스 편차가 더 심해졌습니다.

같은 조건의 장애인이라도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질과 양이 달라진다는 말이죠.

항목 수도권 지방 중소도시

종합조사 대기일 1~2주 최대 2개월
서비스 연계 속도 빠름 지연, 누락 잦음

‘평등한 접근성’을 위해 시작한 제도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불평등을 키우고 있습니다.


정보 격차와 혼란, 피해는 고스란히 당사자에게

제도가 복잡해질수록, 정보력이 약한 사람일수록 불리해집니다.

특히 고령 장애인, 비문해 당사자, 발달장애인 가족 등은 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조차 모르고 뒤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도 안내 부족, 행정 인력 부족, 복잡한 절차는 제도 이용을 ‘누가 더 잘 아느냐’의 싸움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제도 바뀌었으면, 설명과 접근도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등급을 없앴다고 해서 더 나은 제도가 되는 건 아닙니다.

실제 삶 속에서 제도가 쉽게 이해되고, 불편함 없이 접근 가능하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진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등급은 없어졌지만, 차별은 그대로예요”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없는 ‘비장애인 중심 개편’

장애등급제 폐지는 장애인 당사자의 요구에서 출발한 개편이 아니었습니다.

비장애인 전문가, 행정 관료 중심으로 설계된 구조 속에서 실제 당사자의 현실은 뒷전으로 밀린 거죠.

제도 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제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입니다.

그 소리를 듣지 못한 채 만든 변화는 결국 더 큰 불편함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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